비문학 수업

비문학수업이야기4-형식단락별 내용 파악 다음 단계는요?

노정 2016. 3. 1. 13:19

비문학수업이야기4-형식단락별 내용 파악 다음 단계는요?

 

자, 형식단락별 내용 파악이 끝났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반대로 아이들에게 묻습니다.(모둠활동은 계속됩니다.) "1문단에선 이런 얘기를 하고 있어요. 그럼 비슷한 얘기가 어디까지 계속되고 있지? 어디서 얘기가 바뀌어요?"

아이들은 처음엔 어리둥절하기도 하지만, 곧 서로 상의를 하기도 하고, 똘똘한 아이들은 바로 대답을 하기도 합니다. "4문단에서 얘기가 다른 얘기로 바뀌어요." 그럼 교사는 바로 묻습니다. "어떻게?" 아이는 대답을 하겠죠? 그럼 아주 크게 감탄을 합니다. "그렇지!", "바로 그거지!", "빙고!" 일부러 크게 감탄을 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이렇게 글의 내용을 정확히 분석하고 종합하는 걸 보면 저는 그렇게 기특하고 행복하고 기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주 크게 반응을 하죠. 아이들에겐 이게 아주 큰 보상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나와 눈을 맞추고 감동한 표정으로 "그렇지!"라고 했다는 것. 이 한 마디로도 아이들에겐 비문학 시간이 조금씩 즐거운 시간으로 바뀝니다.

 

1) 이런 식으로 형식단락별로 분석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묶습니다. 이걸 저는 "내용단락"이라고 부르기로 아이들과 정해 놓았습니다.

2) 그 다음엔, 내용단락을 연결해서, 화이트보드에 이 글 전체 내용을 요약하라고 하죠. 글자 수를 50자 내외 등으로 정해 주어도 좋고, 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3) 그 다음엔 "이 내용을 이용해서 이 글 전체의 주제문을 만들어 볼까?"라고 합니다. 잘합니다.

4) 그 다음엔 조건을 주죠. 두 어절로 만들어라. 명사형으로 끝내 보자. .. 이런 식으로.

5) 그리고, 이 글의 제목을 지어 보라고 합니다. 원래의 제목과 같은 제목이 나오기도 하고, 조금 창의적인 제목이 나오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이런 과정 자체를 아주 즐거워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깨닫습니다. "어? 설명문이나 논설문에서는 작가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압축되어 제목이 되네." 그럼 점차적으로 다음 읽기에서는 제목을 보고 글의 내용을 유추할 줄 알게 됩니다.

 

지금까지가 '사실적 사고 영역'에 해당하는 단계였습니다.

그럼, 아이들이 이 과정에 제법 익숙해진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겠죠?

다시 형식단락별 내용을 보드에 쓰는 단계로 넘어가서, 이 단계에서 교사가 아이들의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는 발문을 합니다. "1문단에서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문장이 있었지?", "1-4문단의 흐름으로 봐서, 3문단에서 작가가 이런 말을 한 건 4문단에서 어떤 말을 하기 위해서였을까?", "나라면 이 문단에서 이 말을 하지 않고 다른 말을 했겠다. 바꿔 볼까?"

 

주제 찾기에 익숙해진 아이들이라면 교사가 어떤 발문을 하느냐에 따라 추론적 사고영역, 비판적 사고영역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오게 됩니다. 중학교 2학년 2학기 성취기준엔 "주어진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하며 읽기"도 있었는데요, 처음엔 주어진 내용을 바탕으로 하브루타식으로 질문을 만들다가 그 다음엔 이 글에 있는 내용 말고 다른 질문을 써 보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아주 기발한 질문들을 했어요.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비판적 읽기, 창의적 읽기의 단계로까지 나아가게 됩니다. 물론 터무니없는 질문도 있었지만, 이런 건 전체 발표 시간에 다른 모둠에게 바로 지적을 받거나, 모둠 안에서 자체검열됩니다. 질문하며 읽기 수업 자료와 동영상도 있는데 나중에 시간이 되면 정리해서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글을 읽으시면서, 실제로 해 보고 싶으시죠? 그리고 "어, 이거 재미나겠는 걸" 싶으시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사가 '읽기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고서나 다른 서적의 도움 없이 글의 구조를 충분히 파악하고, 글을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어야죠. 꼭꼭 씹어서 많이 읽으면 어떤 것을 발문해서 어떤 단계로 아이들을 유도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도 끊임없이 생깁니다.

 

흔히 잘된 수업은 그 시간 학습목표를 달성하고, 더 높은 단계로 뛰어오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는 수업이라고 하죠. 이 읽기 수업이 그렇습니다. 사실적 사고 영역에서 출발해 무한 확장할 수 있거든요. 중2 수업을 하면서 종종 아이들에게 얘기했었습니다. "야, 지금 이거, 샘이 점촌고 2학년 수업 했던 거랑 똑같아. 그런데 너희들이 대답을 다 하고 있어!"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아이들 태도가 또 어떻게 더 변할지, 짐작이 되시죠? 실제로 작년에 화동중 2학년 학생들은, 처음엔 5분도 수업에 집중도 하지 못하는, 공부 정말 싫어하는 개구쟁이들이었지만 학기 후반엔 정말로 똑똑하고 날카롭고 글을 잘 읽는 아이들로 바뀌었습니다.

 

<읽기 수업의 팁>

1. 1학년들은 처음에 화이트보드를 드는 대신에 그 단락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함께 줄을 긋고 선생님에게 뛰어나오는 게임을 했었습니다. 1학년 학생들은 아주 많이 어리고 아주 활동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글 읽기 싫어하던 아이 몇 명이, '달리기에서 지기 싫어서' 글에 집중하게 된 사례도 있습니다. 선생님한테 1등으로 달려가는 것, 그게 뭐라고. 아이들은 이런 작은 장치에도 아주 신나게 반응합니다. 신나는 선생님이 신나는 아이들을 만드는 거죠.

2. 아이들이 오답을 말했을 때 선생님은 "틀렸어"라고 말하는 대신 "왜 그렇게 생각했어?", "음.. 그 아래에 조금만 더 읽어 보자. 아까 너희들이 얘기한 것과 그 아래에 있는 것, 둘 중에 어느 게 더 이 사람이 하고 싶은 말에 가까울까?" 이런 식으로 유도를 하면 실수를 통해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향상됩니다.

3. 딴 짓을 하는 아이에 대해 대처하는 법은 지난 번 글 내용 중에 있었죠? 그런데 이런 식으로 모둠 점수를 주지 않아도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에게 개별 질문을 하고, 그 아이가 대답을 하지 못할 경우 꾸중을 하는 대신 점심시간에 그 문단 내용을 알아 와서 선생님에게 들려달라는 주문을 하면 점차로 그 아이가 수업에 따라오게 됩니다.

4. 교사가 노력하는 만큼 발문의 내용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발문의 내용이 좋아지는 만큼 아이들이 자랍니다. 교사와 아이들은 함께 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