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 수업

비문학수업이야기6-하브루타와 모둠 퀴즈대회를 접목한 신나고 긴장되는 두 시간

노정 2016. 3. 1. 13:42

구체적 비문학 수업 방법을 하나 더 공개합니다. 하브루타는 모두 잘 아시죠? 이걸 이용해서 두 시간짜리 패키지 수업을 만들었습니다.

 

하브루타와 모둠 퀴즈대회를 접목한 신나고 긴장되는 두 시간

 

하브루타 : 유태인의 학습법. 21조가 되어 묻고 대답하며 함께 공부하는 방법. 일정한 시간 동안 각자가 문제를 내고(쓰고), 그 다음에 짝과 함께 문제를 풀도록 할 수 있다.

 ※ 하브루타 수업은 다양한 형태로 변형, 확장하여 쓸 수 있습니다. 저는 1차시에는 하브루타를, 2차시에는 각 조에서 엄선한 문제를 다른 조에게 내어 맞히게 하는 모둠퀴즈대회를 만들었습니다.

 

1) 학습자의 특성 : 저희 반(화동중 3학년) 아이들입니다. 4, 8. 열두 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 이 아이들을 만났을 때 막막했습니다. 교사를 보고도 전혀 반기지 않고, 어떤 말을 해도 반응이 없고, 제가 아침에 인사를 하면서 들어가도 대답도 하지 않고, 국어수업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는 설문지를 주었더니 제발 발표시키지 말아달라고만 달랑 썼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소극적이고 수줍음이 많으며, 새로운 사람이나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아이들입니다. 첫 번째 과제는 이 아이들의 입을 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아이들, 수업을 꽤 신나게 즐깁니다. 말도 곧잘 하고요. 물론 아직도 우리반 아이들은 다른 두 학년에 비해 멍석 깔아주지 않으면 말 안 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아이들은 독서량도 심하게 부족하고, 책을 읽으면 머리에 쥐가 난다는 아이도 두엇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말을 하도록 만든 것이 바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여러 수업 방법들이었습니다.

 

2) 단원 : 중학교 3학년 국어 2. 올바른 언어생활 (1) 의사소통과 담화 상황

이번 소단원은 의사소통과 담화 상황. 아이들이 가장 싫어할 만한 조건을 두루 갖춘 단원입니다. 딱딱하고, 말 어렵고, 관심 가는 요소 하나도 없고……. 책읽기를 싫어하지 않는 아이들도 이런 글은 한 줄도 읽기 전에 눈을 돌립니다.

3) 학습목표 : 담화의 개념과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4) 수업 방법

<1/2차시> : 하브루타

먼저 열두 명을 두 명씩 6등분했습니다. 모둠 구성은 순전히 컴퓨터의 자리 배치 프로그램을 이용합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하브루타 학습지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에 수업 두 시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국어수업을 할 때마다 "에이, 또 읽어야 되잖아"라며 투덜거리는 아이가 있는데, 저는 이 아이가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모릅니다. “책 읽으면 머리에 쥐 난다던 아이가 결국 책을 읽게 된다는 얘기니까요.

수업 방법에 대한 설명을 다 하고, 아이들이 책을 읽는 동안 칠판에 이번 시간 수업 방식을 다시 한 번 써 주고, 그래도 이해 못하는 아이가 있을까봐 오른쪽 상단에 예시까지 해 주었습니다. (사진 )

수업 절차와 방법을 다시 한 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글을 읽는다.

2. 각자 20문제씩을 낸다. - 아이들이 워낙 속도가 느려서 15문제로, 나중에 다시 10문제로 깎아 주었습니다.

3. 두 사람이 서로가 낸 문제에 대해 토론하며 중복되는 문제, 문항이 성립되자 않는 문제를 빼고, 그 오른쪽에 뺀 이유를 적는다.

4. 각 모둠에서 7문항씩 고르고, 고른 문항 번호에 동그라미 한다. - 이것도 많대서 5문항으로 줄여 주었습니다.

 

 

다음은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 하브루타 학습지의 일부입니다.

 

하브루타 학습지 (2015년 월 일)

                                                                                     화동중학교   학년    반    번    이름 (              )

대단원

 

소단원

 

 

문항 내용

×

버린 이유

1

 

 

 

2

 

 

 

3

 

 

 

4

 

 

 

 

<2/2차시> : 모둠별 퀴즈대회

 

1. 한 모둠씩 돌아가면서 5문항씩 낸다.

2. 답을 아는 모둠에서는 모둠 구호를 크게 외치며 손을 든다.

3. 발표 모둠에서 한 모둠을 지명하면 답을 말한다. 답과 근거가 맞으면 발표 모둠에서 '정답'이라고 외친다. 그러면 답을 말한 모둠은 1점을 획득한다.

4. 아무도 그 문제를 맞히지 못하면 발표 모둠에게 1점을 준다.

5. 문항이 잘못되었을 경우 임시 토론을 통해 잘못되었음을 밝혀낸다.(교사도 살짝 참여) 이 경우 발표 모둠에게 -1점을 준다.

6. 앞의 모둠과 문항이 중복되었을 경우 다른 모둠에서 "~!" 하고 외친다. 다섯 문항 중 "~"가 세 번 이상 나오면 발표 모둠은 -1점을 얻는다. 다섯 번 모두 "~"가 나올 경우 발표 모둠은 꼴찌가 된다.

7. 발표 모둠이 문항을 읽는 도중에 모둠 이름을 외쳐 발언권을 얻은 모둠에서 정답을 말하지 못한 경우 그 문항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발표권을 갖지 못한다.

8. 발표 모둠에서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목소리를 작게 내어서 문제가 잘 들리지 않을 경우 -1점을 받는다.

 

 

먼저 아이들에게 방법을 상세히 설명해 줍니다.

중복되는 문항에 "~" 패널티가 있으므로 당연히 앞에서 발표하는 모둠이 유리하겠죠? 발표 순서는 항상 제 가방에 들어있는 주사위를 꺼내 정했습니다. 아이들이 게임 규칙을 정확히 알았다고 판단될 때 게임을 시작합니다.

5) 수업효과 및 평가 : 난리가 났습니다. 평소에 느리기가 우주최강이던 아이가 얼마나 다급하게 모둠 이름을 외치는지, 평소에 10센티미터만 떨어져도 목소리가 안 들리던 아이가 얼마나 까랑까랑 큰 목소리로 말하는지, 수업만 시작하면 혼백이 달아난다던 아이가 얼마나 귀를 쫑긋 세우고 다른 모둠이 낸 문제를 듣는지. 종이 울렸을 때 마지막 모둠의 마지막 문제 하나만 남겨져 있었고, 5점을 얻은 모둠이 둘, 3점을 얻은 모둠이 셋, ...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문제는 1점밖에 얻지 못했던 꼴찌 모둠이 맞혔네요. 아이들은 반전이라며 크게 웃었습니다.

아이들의 의견에 따라 두 모둠을 공동1위로 하고 A플러스를 주었습니다. 다음 세 모둠은 A를 주었고요. 나머지 한 모둠은 B를 주어야 하는데 왜 자기 모둠이 A를 받아야 하는지 정당한 근거를 대서 저를 이기면 A를 줍니다. (이것은 아이들의 발표력을 향상시키고, 근거를 들어 주장을 하는 연습의 일환으로 만든 한시성 제도입니다.)그런데 오늘의 꼴찌 모둠은 저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네요.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목이 쉬었고, 저는 다쳤던 어깨의 통증이 조금 더 심해졌습니다. 숨막히는 게임에 얼마나 긴장이 되는지 자꾸만 저도 모르게 어깨에 힘을 주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세상 다 가진 듯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가방을 챙기면서 수업 소감을 말하는데 표정은 어찌나 밝고 말은 또 어찌나 청산유수인지, 그리고 어찌나 솔직하고 맑은지……. 이 맛에 교사 하는 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