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 수업

비문학수업이야기3-형식단락별 내용 파악하기, 재미있게 할 수는 없을까요?

노정 2016. 3. 1. 12:42

비문학수업이야기3-형식단락별 내용 파악하기, 재미있게 할 수는 없을까요?

 

첫 번째 이야기에서 위계화 얘기를 했었습니다. 이렇게요.

 

저는 고등학교에서 국어 수업을 계속 하다가 작년 한 해 동안 중학교 1-3학년 국어 수업을 했습니다. 그 때 느낀 것은 중학교 때부터 아이들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교사가 파악해서 이를 스스로 위계화하고, 아이들이 잘 읽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문학 수업을 이렇게 위계화합니다.

 

1. 형식단락별 주제 파악하기 사실적 사고 영역이 되겠죠?

2. 형식단락별로 주제를 파악한 것을 비슷한 내용끼리 묶기, 그 다음에 전체 주제 파악하기 분석적 사고에서 시작해 종합적 사고까지 확대한 것입니다.

3. 예측하며 읽기 추론적 사고 영역에 해당하겠죠?

4. 질문하며 읽기 이건 실제로 중2 수업을 해 보니 추론적 사고영역뿐 아니라 비판적 사고영역에도 해당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5. 자신의 생각을 더하며 비판적, 창의적으로 읽기 이게 좀더 높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사고 영역이겠죠?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에서, 위계화에 앞서 아이들이 비문학 글을 싫어하지 않게 하려면 아이들을 그 글 속의 주인공이 되게 해야 한다고 얘기했었습니다.

이렇게 모둠별 강연이 끝났을 때, 아이들은 설명문이나 논설문이 생각보다 참 재미있게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물론 수업 하나로 설명문이 아주 좋아진다면 그건 사실이 아닐 겁니다. 다만, 아이들은 아주 싫어하던 비문학에 대한 경계심이나 증오심을 버리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 "아, 이 선생님 수업 정말 재미있구나. 심지어 비문학을 하는데도."라고 아이들이 교사를 믿게 되었다는 겁니다. 교사에 대한 아이들의 믿음 역시 점진적으로 이루어지죠. 그러니 수업은 1회성, 행사성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위계성이 있어야 하고, 연속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일단 "비문학 싫다"를 "비문학, 생각보다 괜찮은데" 또는 "재미있잖아"로 바꾸어 놓았으니 이제 본격적인 수업을 해야죠.(물론 강연 수업도 계속되었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1단계는 형식단락별 주제 파악하기. 제가 수업을 한 그대로 자세히 적어 보겠습니다.

1) 제일 먼저, 각 형식단락 앞에 번호를 씁니다. 모둠별로 앉아서, 서로 야유하고 서로 지켜보고 서로 도와주면서. 가끔은 제가 한 줄짜리 형식문단을 발견하지 못해 실수를 할 때도 있는데요, 이럴 때 아이들은 아주 즐거워합니다. 아니, 선생님보다 우리가 낫잖아 하고 말이죠.

2) 모둠별로 화이트보드 또는 컬러보드 하나씩을 나누어줍니다. (한두 번 하면 수업과 동시에 아이들이 알아서 앞에 나와서 보드, 펜, 지우개를 가지고 갑니다)

3) 이제 질문을 하면 됩니다. 선생님들의 개성을 담아서. "1문단에서 작가가 제일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1문단에서 작가가 하고 있는 말이 뭔말이쥬?" - 되도록 딱딱하게 "1문단의 주제는?"이런 식으로 말하지 말고, '주제'를 나타내는 다른 말로. 아이들의 눈높이와 관심사에 맞추어서.

3) 아이들이 읽는 동안 선생님은 칠판 오른쪽에 (왼쪽엔 단원명, 학습목표, 활동 내용 등이 적혀 있으므로) 모둠 이름을 씁니다.(저는 아이들 자석 명찰이 있어서 모둠 이름 옆에 아이들 이름표도 같이 붙여 줍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좀 더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4) "다 된 모둠은 칠판을 드세요"라고 하면 됩니다. 그리고 내용 요약이 잘 된 모둠 옆엔 바를 정자 한 획을 긋습니다. 어떤 모둠은 아주 탁월하게,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 대신 비슷한 단어로 치환해서-자기 것으로 완전히 소화했다는 뜻이죠- 요약을 합니다. 이럴 땐 크게 감동하고 칭찬하면서 1점을 더 줍니다.

* 한 단락 점수 매기기가 다 끝나면 몇 아이가 항의를 합니다. "샘, 저 모둠이랑 우리 모둠이랑 같이 했지만 우리가 제일 먼저 했잖아요." - 이건 그 반의 분위기, 아이들의 발달 상황..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1점을 더 주어도 좋고, 천천히 해도 맞기만 하면 다 같은 점수를 준다고 해도 좋습니다.

5) 노는 아이가 있나고요? 이럴 땐 그냥 지켜보고 있다가 그 모둠이 정답을 들었는데도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그럼 항의가 들어오겠죠? "샘, 우리도 맞았는데 왜 점수 안 줘요?" 그럼 대답하면 됩니다. "음.. 아까 보니까 한 명이 노는 것 같던데... 샘이 잘못봤나?" - 그 다음의 처리는 샘들 뜻대로 하시면 됩니다. 그 아이가 놀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아, 샘이 잘못 봤구나"하고 슬쩍 넘어가 주셔도 좋고요. 그럼 그 아이는 적어도 다음 단락에서는 절대로 놀지 않거든요. 한두 번 이렇게 하면 노는 아이가 없어집니다.

6) 아이들이 모둠 보드에 단락 내용을 쓰면 교사는 그 중 좋은 것을 칠판에 씁니다. 또는 컴퓨터 화면에 쳐서 보여줍니다. 이렇게 하면 칠판이나 컴퓨터에 전체 단락의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는 장점도 있고, 자기 모둠이 쓴 내용이 그대로 올라간다는 데 대한 아이들의 자부심과 기쁨이 매우 커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봐. 봐. 내가 말한 걸 선생님이 칠판에 썼어! 내 말이 맞잖아!" 이건 국어 거꾸로 2등하던 아이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 아이는 2학기 마지막 시험에서 앞에서 2등을 했습니다!)

7) 이쯤 되면 슬슬 궁금하시죠? "한 단원을 한 시간에 다 못할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다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하면 되죠 뭐. 진도요? 교사가 읽어주고, 학생이 대표로 읽고, 밑줄 긋고... 이런 과정이 없으니까 진도는 정말 잘 나갑니다. 그러나, 웬만하면 두 번째 시간에는 이걸 끝내 주는 게 좋습니다. 질질 끌면 아이들도 선생님도 지치거든요. 두 번째 시간에는, 이제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니까, 속도를 좀더 빨리 해 주면 됩니다. 교사는 '조절자'가 돼야죠. 이럴 때는 먼저 답한 모둠에 1점을 더 주는 것도 좋죠.

8) 종 치기 1-2분 전쯤(저는 종 치고 하는 경우도 많지만) 아이들 활동을 끊고, 칠판에 있는 점수를 합산합니다. 동메달부터.. 두구두구두구....

이게 대체 뭐라고, 아이들은 몹시 흥분하고 몹시 즐거워합니다. 인간은 게임의 법칙에 지배되는 동물인 게 맞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