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 수업

비문학수업 이야기2 - 수업의 방법 1)강연하기

노정 2016. 3. 1. 12:02

첫 번째 이야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비문학수업에서의 첫 단계는 '내용 파악하기'입니다. 남의 말을 들을 때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말귀를 잘 알아들어야 하듯, 글을 읽을 때는 이 사람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잘 알아차리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많은 아이들이 일단 비문학 읽기를 싫어합니다. 재미없는 글, 딱딱한 글, 어려운 글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저도 그랬었고요. 문학은 상상할 수도 있고 감동도 느낄 수 있고 내가 끼어들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비문학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죠. 이겁니다. 비문학을 접할 때 아이들은 '나와 상관 없는 이야기'가 재미 없는 겁니다.

 

그럼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죠? 재미있게 해 주려면, 문학처럼 '내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모든 비문학 글들이 내 이야기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비문학을 싫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저는 아이들을 비문학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작업을 제일 먼저 했습니다. 위계화는 잠시 뒤로 미루고요^^ 일단 친해져야 위계화고 뭐고를 하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모둠별 강연대회"입니다.

 

이건 제 원고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국어수업" 중 일부인데요, 읽어 보신 선생님들도 꽤 계시죠? 3학년들과 한 수업인데, 수업 방법 설명을 위해 오려 왔습니다.

 

. 모둠별 강연대회

1) 단원 : 중학교 (3학년) 국어1.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읽기 (3) 글을 잘 읽기 위해서는

학생들은 설명문, 논설문 등의 실용문을 매우 싫어하는 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긴 글을 싫어하는 요즘 아이들인데, 이러한 실용문은 도무지 아이들에게 흥미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 없습니다. 교사가 아무리 밑줄 긋고 설명해 봐야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쇠 귀에 경읽기입니다.

그래서, 반대로 아이들에게 이 글을 잘 읽고 다음 시간에 5-7분 정도의 강연을 하도록 하세요. 물론 모둠원 전원이 확실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 단원의 내용을 잘 담아서, 재미있게, 효과적으로 잘 전달해야겠죠? 지금 선생님이 말한 이것들이 채점 기준입니다.”라고 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세요. 칠판에 채점기준(평가 기준)이 정확히 나타나 있죠? 모둠활동시 평가 기준은 항상 아이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명시되어야 합니다. 물론 1차시, 아이들에게 모둠별 강연을 예고할 때부터요^^)

 

2) 학습목표 : 읽기의 과정과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3) 수업 방법

<1/2차시> : 학생들에게 글의 내용을 읽게 합니다. 그 다음에는 모둠별 강연을 예고하고, 채점기준을 적어 줍니다.(아래 사진 참조) 학생들은 글을 읽고 강연을 준비합니다.

<2/2차시> : 모둠별 강연, 모둠 강연에 대한 평가로 이루어집니다.(사진 참조)

 

 

다른 학년 수업도 마찬가지입니다.

2학년 단원은 논설문 "9와 청소년"이었어요. 9는 10보다 작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수이다. 그래서 10보다 중요하다.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이런 내용입니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전하지 않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9'와 청소년(자신들)을 아이들이 연관지을 수 있게 하는 것이죠. 그래서 역시 두 시간 수업 중 첫 시간에 과제를 내주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모둠별 강연을 할 것이다. 평가기준은.....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첫 시간에 책을 읽고 열띤 토의를 하면서 제게 제안을 했습니다. "선생님, 준비가 좀 필요할 것 같은데요. 한 시간만 더 주세요. 대신 진짜 잘할 자신 있어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세 모둠이 발표를 했는데, 한 모둠은 위의 사진처럼 자석판을 가지고 와서 저렇게 붙이면서 깜찍하게 강연을 했어요. 호응 최고였습니다. 또 한 모둠은 TV토크쇼 형식으로 하더군요. 즉석에서 관객 인터뷰도 하고,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면서 말입니다. 또 한 모둠은, 설명을 아주 논리적으로 잘하는 친구 한 명과 성적이 좀 많이 떨어지는 친구 두 명으로(어떻게 제비를 뽑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구성되었는데, 놀랍게도 나머지 두 명이 자기 역할을 철저히 했다는 것입니다. 그 모둠은 그림을 그려 와서 설명을 했는데 설명이 아주 간단한 것은 성적이 좀 떨어지는 두 친구가, 설명이 길고 논리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주 논리적으로 말하는 친구가 했어요. 그리고 한 명이 말을 할 때 다른 학생들은 철저히 관계되는 그림을 잘 제시해 줬고요. 이건 아마 평가 기준 중 "역할 분담이 잘 되었는가?" 덕분이겠죠?

 

아이들은 이 글의 주제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이 글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를 두 시간 동안 철저히 연구하고, 준비했던 겁니다. 이게 모둠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3월 17일의 일입니다. 2교시네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요? 저는 주별로 그 주의 수업 단원을 쓰고, 어떻게 수업을 할 것인가를 간단히 메모하고, 하루하루 아주 간단히 그 시간에 무엇을 했으며 어느 모둠의 점수는 몇 점... 이런 것들을 적어 두거든요. 이건 비문학수업 이야기 마지막에 부록으로 올리겠습니다^^

 

세 학년 모두 '강연하기'를 첫 달부터 시작했는데(비문학 단원 첫 시간에), 가장 놀라운 것은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위의 사진은 3학년 수업인데, ppt자료를 사용하고 있군요.

 

 

 

위의 모둠도 3학년인데, 아이들이 한 꼭지씩을 맡아서 학술대회 형식으로 강의를 했습니다. 또 하나의 3학년 모둠에서는 네 명이 나와서 연극을 했고요.

아마 아이들끼리도 "저 모둠이 하는 건 우린 하지 말자."라든가, "우리 모둠만의 성격을 확실히 보여주자." 하는 보이지 않는 약속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다 똑같아서 재미없어질 거라는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이건 강연 수업에 대한 어느 선생님의 질문에 제가 대답한 내용입니다.

설명문이나 논설문 모둠별 강연은, 역시 네 명 정도로 모둠을 짜고, 첫 시간에 과제를 줍니다. 예를 들어 ‘9와 청소년이라는 글에서는, 제가 글을 읽고 이 글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이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이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미리 정합니다. 그런 다음에 첫 시간에 “9와 청소년을 읽고, “우리 청소년이 어떤 존재인지를 9와 관련하여 강의하라는 주제를 줍니다. 강의 시간은 5분 정도. 그리고 첫 시간은 아이들이 모둠별로 함께 글을 읽고, 글의 주제를 파악한 다음 어떤 방법으로 강의할까 의논하고 준비하는 시간으로 합니다. 1, 2학년 아이들은 적극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데 저희 반인 3학년 아이들은 많이 느리고 게으른 면이 있어서 준비 시간을 한 시간 더 주었습니다.

첫 시간, 아이들이 준비를 할 때 교사는 눈과 귀를 아이들에게 집중합니다. 그리고 돌아가는 정황을 잘 보다가 좋은 의견이 오가는 모둠에는 그래, 바로 그거지하고 격려해 주기도 하고, 잘 안 되는 모둠에는 살짝 질문을 던져 주기도 합니다. 무심하게^^

중요한 것은, 평가기준을 분명히 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 주제가 정확히 전달되었는가(40), 재미있는가(20), 모둠원 전원의 힘이 고르게 들어갔는가(20), 다른 모둠의 발표에 귀 기울여 듣는가(10), 준비를 정성스럽게 했는가(10) 등의 채점기준을 첫 시간에 미리 얘기해 줍니다. 평가기준은 칠판에 늘 적혀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컴퓨터 화면을 띄워 주어도 되고요.

희한한 것은, 글의 내용이 다른 비문학 세 개를 세 학년에게 주었는데 똑같은 방법을 사용한 모둠이 없었다는 겁니다. 아이들의 창의력, 아이들의 능력은 무한하다는 것을 늘 느낍니다. 아이들은 멍석을 잘 깔아 주기만 하면 정말로 신명나게 잘 놀거든요^^

모둠 구성원의 역할은, 아이들이 매의 눈으로 살핍니다. ‘모둠원 전원의 힘이 고르게 들어갔는가에서 아이들은 정말로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평가를 하거든요. 심지어 자기 모둠에까지도. 노는 아이가 있는 모둠은 어떻게든 표시가 나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기기 위해서라도 한 명도 놀지 않습니다. 물론 한두 번은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이 있겠죠? 아이들도, 선생님도.

첫 시간에 보통 저는 평가기준을 칠판에 써 주고, 모둠평가표를 컴퓨터에 띄워 주거나 처음부터 나누어 줍니다. 그리고 발표가 끝나면 15분 정도의 시간을 주어 평가를 하게 합니다. 평가할 때 평가표만 채우도록 하는 게 아니라 평가표 아래에 자기 모둠이 정말 잘한 점, 좀 아쉬운 점, 다른 모둠에게 본받고 싶은 점 등을 적게 해서 함께 발표시킵니다. 그러면 동료평가 시간이 그냥 점수만 서로 오가는 시간이 아니라 축제같은, 훨씬 풍성한 시간이 됩니다.

 

제가 선생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이들은 생각보다 아주 유능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교사가 아이들의 능력을 마음껏 끌어내지 못했을 뿐이죠. 그래서 제 수업 철학은 "수업은 아이들의 에너지로 진행된다.", "교사는 아이들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사람이다."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위계화 단계에 맞춰 첫 단계에서 어떻게 수업하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중요한 게 빠졌습니다!

제일 위의 사진(칠판)을 보시면, 활동이 두 개죠? 강연하기와 평가하기. 아이들은 평가하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자랍니다. 평가표를 미리 만들어서 나누어 주는데요, 아이들이 평가표를 만들기 위해 토의 토론하는 과정이나 평가 발표를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중학생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정확하게 평가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발표 후 평가, 그리고 평가 발표는 아주 중요한 활동입니다.

3학년 모둠별 강연대회 사진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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