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섬, 스리랑카 이야기

9. 아, 기차여행! (캔디-하푸탈레), 그리고 하푸탈레! (1. 15. 금)

노정 2016. 2. 7. 03:05


오늘의 일정 : Kandy, Lake BungalLake Bungalow – (bus) - Kandy Railway Station - (train) - Haputale, The Mist Holiday Bunga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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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utale : 1796년 캔디 전쟁을 일으킨 영국은 22년간의 길고 지루한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본격적으로 스리랑카를 식민지화한다. 그리고 플랜테이션 농업(차, 고무, 향신료)을 위해 남인도로부터 많은 타밀인을 이주시킨다. 특히 해발 1580미터의 하푸탈레는 해발 1200미터 이상에서만 가능하다는 Hi-grown Tea를 재배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라 많은 타밀인이 이주했다. 그래서 하푸탈레는 싱할리, 타밀, 영국의 흔적이 공존하는 땅이다. 종교 또한 힌두교, 이슬람교,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이 공존하는 곳이다. 영국 풍이 강한 누와라엘리야에 비해 타밀 풍이 강한 곳이라 누와라엘리야 대신 이곳을 택했다.


<1월 15일의 일기>
휴~~~
하푸탈레에 왔다.
6시간 가까운 기차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었다.
캔디 역에서 출발할 때부터 사람을 우겨 넣고 또 우겨 넣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다 탔는지, 그 아수라장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미스테리다.
승하는... 새치기하는 중국인 관광객들 틈에서 타지도 못했고, 나는 위에서 승하가 몸싸움에서 이기기를 애타게 응원했고, 그러다가 사람들에게 밀려 오른쪽 객차로 밀려 구겨넣어졌다. 승하는 보이지 않았다. 한참 후 왼쪽 객차로 무사히 밀려갔음을 카톡으로 겨우 알아냈다.
나누오야 역에 거의 도착할 때까지 허리가 끊어지도록 서 있었다. 캔디-하푸탈레행 기차여행에 대한 커다란 기대는, 기적이 일어나 빨리 이 공간에서 해방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으로 바뀌었다.
나누오야부터 하푸탈레까지는 다행히 앉아서 왔다. 그제야 경치가 보였다. ‘기차 여행의 낭만’도 느꼈다. 차밭이 아름다웠고,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했다. 함께 여행을 하는 아름다운 커플들과도 친구가 되었다. 아름다움은, 내가 느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비로소 내것이 된다.


TV에서 본 것처럼 하푸탈레 역은 작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숙소는, 모든 게 갖추어지진 않았지만 차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마을 끝에 있다.
차밭 산책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이 차밭을, 동네 한 바퀴 돌듯이 산책하고 있다. 아, 이곳에 오기 위해 오늘 그 고생을 했구나. 잘했다!

아이들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기쁜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더니 돈이나 펜을 요구한다. 충격이다! 이것이 ‘세계적인 관광지’의 그늘이구나. 그들의 눈이 아누라다푸라나 폴론나루와의 아이들만큼 맑지 않은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람들은 관광객일 것이다. 나를 포함한...


하푸탈레역 4거리. 도로 가운데로 난 철길을 건너니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파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들의 모습을 한참동안 훔쳐보았다. 역시 사람이(관광객 말고) 북적이는 곳들은 활기로 가득하다. 씁쓸했던 마음에 조금 미소가 지어졌다.
역 반대편 골목의 리사라 베이커리에서 밥을 먹었다. 작고 안 깨끗한 식당이었지만 음식이 감동이었다. ‘하푸탈레’ 하면 함께 기억날 것 같다. 볶음밥과 꼬뚜, 함께 나온 Black Tea까지도.
2층에서 밥을 먹다가 골목 저쪽으로 걸어가는 이응훈샘을 발견했다. 달려가서 식당으로 모시고 왔다. 우리는 내일 새벽 5시에 호튼플레인즈 국립공원으로 함께 가기로 하고 승합차를 계약했다. 이봉진샘의 흥정 실력과 친화력은 놀라웠다.






















승하가 감기에 걸렸고, 나는 옮았다. 큰일이다. 내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부디 둘 모두 빨리 완쾌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