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라, 행복해지는 나라 부탄

행복한 나라, 행복해지는 나라 부탄16-부탄을 떠나며

노정 2015. 7. 7. 20:32

비행기 창 너머로 아주 감질나게 보이는 부탄 땅을 보면서 작별했다.

안녕, 부탄. 또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러다 문득 다시 만나기가 두려워졌다. 변해 있으면 어떡하지?

짧은 여행을 하면서도 부탄이 급격히 열리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곳곳이 벌어진 도로공사의 현장, 건물 신축의 현장, 팀푸에서 만난 몇몇 청소년들의 심상찮은 복장, 이곳까지 침투한 한류, 늘어가는 관광객….

옆에 있던 킴 언니는 부탄이 더 이상 개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나도 그렇다. 아주 간절히. 하지만, 보존이냐 개발이냐 하는 양날의 검 앞에서, 선택은 오롯이 그들의 몫이다. 한낱 관광객 입장에서 논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부탄을 믿고 싶다. 그들은, 적어도 성급하게 개발에 모든 것을 건 앞 나라들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신들의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나라, 밝고 건강한 사람들, 이들은 적어도 자신들이 가진 아름다움을 함부로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꿈같은 4박7일이었다.

너무나 부탄답다고 느껴졌던 부탄의 사과에 대한 시로 여행기를 맺는다.

 

 

부탄의 사과

부탄의 사과에선 햇볕 맛과 바람 맛,

그리고 사과 맛이 난다.

부사 맛, 홍로 맛, 홍옥 맛이 아닌

사과 맛이 난다.

화장으로 가리지 않고 태양에 맞서는

부탄 아낙의 ‘쌩얼’처럼

부탄의 사과는 붉고 단단하고 건강하다.

부사만큼 달지 않지만

싱그럽고 향기롭다.

태양이 두려운 나는 화장으로 얼굴을 가리고

돌아가 다시 부사 맛에 길들겠지.

그리고 가끔

부탄의 사과를 그리워하겠지.

뭔가 빠진 듯 허전해하면서

씁쓸해하면서.

그리고 그 허전한 단맛에 질릴 때쯤

쫓기듯 다시 짐을 꾸리겠지.

2015. 7. 3........ 부탄 여행기를 맺으며, 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