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라, 행복해지는 나라 부탄

행복한 나라, 행복해지는 나라 부탄8 도출라패스

노정 2015. 7. 6. 22:33

8. 도출라 패스.(Dochu-la Pass)

그토록 파랬던 하늘은 해발 3000미터에 가까워질수록 희뿌옇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도출라패스에 도착했을 때 모든 것들은 안개 속에 잠들어 있었다.

2003년, 인도 반군들을 소탕한 부탄 왕이 승리를 기념하여 작은 사원과 108개의 초르텐을 세웠단다. 108이라는 숫자에는, 빠니의 말처럼 어쩌면 인간이 온갖 번뇌로부터 벗어나 평안해지라는 의미도 담겨 있겠지? 곳곳에서 나부끼는 오색의 룽다와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라다 들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커피를 한 잔 마시자는 빠니의 제안에 따라 우리는 카페로 들어갔다. 통유리 사이로 보이는 안개, 안개 속에 가물가물 서 있는 소나무, 그리고 커다란 나무테이블과 난로, 장작…. 마치 큰 산에서 비를 만나 잠시 쉬어가는 산장처럼 아늑하고 푸근했다. 테이블에 놓인 꽃병 위의 나뭇가지, 화장실 앞의 아기자기한 그림 들을 보면서 ‘부탄 사람들은 마음이 참 맑고 따뜻하구나, 아기자기하구나, 이래서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한 커피에 각설탕을 하나 넣었다. 그리고 카페 직원들이 주는 쿠키를 함께 먹었다. 행복하다. 눈도 입도 다리도 행복하다.

작은 일에도 행복하다. 나는 지금 부탄의 산장에 있다. 안개조차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