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라, 행복해지는 나라 부탄

행복한 나라, 행복해지는 나라 부탄7 팀푸의 새벽, 그리고 도출라패스를 향하여

노정 2015. 7. 6. 22:25

팀푸의 새벽(2015. 6. 15. 월)

웨이컵콜이 울리기 전에 잠에서 깨었다. 새벽 5시. 이렇게 일찍 잠에서 깨다니. 하긴 한국은 지금 8시. 딱 출근해 있을 시간이니 그럴 수밖에.

얼굴과 손이 퉁퉁 부었다. 머리가 좀 아프고 손이 좀 떨린다. 이럴 수가, 겨우 해발 2320미터에서 고산증이라니! 하지만 심하지는 않으니 오늘 하루는 천천히 걷고 여유있게 움직여야겠다.

새벽녘의 팀푸는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창문 바로 앞에 산과 안개가 정다운 이웃처럼 다가와 있다. 서늘하고 향긋한 공기가 몸과 마음을 깨운다. 여기는 부탄! 감사하고 감동할 일이 많아지는 나라다.

카메라를 들고 새벽 산책을 했다. 이토록 깨끗하고 향긋한 공기라니! 이토록 조용하고 한적한 산간 마을이라니! 동네 이곳저곳을 한참 걸었다. 큰 건물도 아름다웠지만 후미진 곳의 작고 지저분한 집들도 아름다웠다. 사람 사는 곳은 아름답다. 부탄은 사람이 아름다운 곳이다.

 

버스는 도출라패스를 향해 출발했다.

손톱으로 톡 튀기면 ‘쨍’ 하고 금이 갈 듯 파란 하늘 사이로 블루파인이 빼곡하다. 블루파인 잎의 절반은 하늘을 향하고 있고, 절반은 땅을 향해 늘어져 있다. 하늘과 땅을 함께 향하는 착한 나무다. 락바가 첫날부터 ‘푸나카 쪽으로 가면 블루파인이 많다’고 몇 번이나 자랑한 이유를 알 것 같다. 하늘 사이로 뾰족한 나무가, 나무 사이로 꼬불꼬불 길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사라졌다.

 

도중에 앞차가 펑크가 났다. 공사장 바로 옆, 숲 가운데 차가 멈췄다. 멀미가 슬슬 나기 시작했는데, 다행이다. 커피를 한 잔 마시니 살 것 같다. 예측을 벗어난 일탈 또한 여행의 묘미지. 뜻하지 않은 여유를,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다. 새 이야기, 여행 이야기, ….

숲 한복판에서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무너진 길을 보수하는 걸까? 도로를 넓히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은둔의 나라, 잠자던 용이 깨어나고 있다. 썩 내키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지나가는 여행자의 시각일 뿐이다. 그 나라에 살아 보지 않고서 어느 것이 좋고 나쁘고 함부로 판단할 권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