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라, 행복해지는 나라 부탄

행복한 나라, 행복해지는 나라 부탄6 - 팀푸-쿠엔셀 포드랑, 메모리얼 초르텐

노정 2015. 7. 5. 21:40

6. 쿠엔셀 포드랑( Phodrang)의 도르덴마, 그리고 메모리얼 초르텐

팀푸에 들어설 때부터 산 위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는 불상 하나가 눈에 들어왔었다. 그냥 흔한 사원 보듯 ‘불상도 있구나’ 하는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크기가 엄청나다.

해발 2천5백미터의 산중턱,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만들어진 최고 높이(62미터)의 좌불상이란다. ‘도르덴마’라는 이름의 이 불상은 20센티미터 가량의 불상 십만여 개를 품고 있단다.

꼭대기에 앉아 있는 부처님은, 기존에 본 불상들과는 달리 입장하는 사람들에게 뒷모습에 가까운 옆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입구를 어디로 만드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이게 참 묘했다. 한 번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부처님의 뒷모습을 먼저 본다는 것. 아마 나는 거기서부터 그 불상에 대한 관심이 생겼나 보다. 입구부터 점점 앞으로 걸어가면서 수십 장의 사진을 찍었다. 표정이 보이지 않는 부처님의 어깨너머에서 이상하게도 고뇌가 느껴졌다. 지극히 속물적인 눈을 가지고 있는 내겐 그것이 훨씬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드디어 불상의 표정이 보였다. 역시 ‘대자대비해 보이고 평화만이 가득해 보이는’ 부처님은 아니었다. 수많은 중생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어떻게 고뇌가 없을 수 있을까? 마음이 움직였다. 하늘이 유난히 파랗고, 구름이 유난히 희고, 햇살이 따갑고… 부처님은 미동도 없이 앉아 계셨지만…….

배우 주원을 닮은 꼬맹이 하나가 그 앞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있었다. 공이 내 쪽으로 와 주워 주었더니 시크하게 받아갔다. 맑다! 아무 근심 없어 보이는 저 해맑은 꼬마를 보며 부처님도 속으로 빙그레 미소짓고 계시겠지?

 

7. 메모리얼 초르텐(National Memarial Chorten), 그리고 탑돌이

저녁하늘이 아름다움의 끝을 보이고 있었다. 역시 비 온 뒤의 하늘은 아름답다. 적당히 구름이 끼어 있기 때문일 거다. 인생도 마찬가지일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은 사랑하지 않습니다.”라는 시 구절이 떠올랐다.

National Memarial Chorten. ‘National’이라는 단어가 접두사처럼 붙어 있지만 이곳은 그냥 동네 공원 같았다. 굳이 번역하지면 국립기념탑. 기념? 기억? 사람들은 무엇을 기념하고 무엇을 기억하는 것일까? 어떤 할머니는 마니차를 돌리고 있었고, 어떤 할아버지는 옆의 할아버지와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가운데 사람들의 탑돌이는 끝없이 이어졌다. 그 마음이 전달된 걸까? 나는 아주 경건한 마음이 되었다. 저들 또한 한두 개의 ‘구름’을 품고 살고 있겠지?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기원하는 마음들이 잦은 발걸음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말없이 그들의 마음을 지켜보고 있는 흰 탑 뒤로 찬란한 구름을 품은 파란 하늘이 하루의 마지막 빛을 뿜어내고 있다.

숙소에 돌아왔다.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참으로 긴~~ 하루였다. 아니, 이틀이었구나. 잠을 설치고 이틀을 버텨 준 장한 내 몸에게 감사를! 그리고 기원과 정성을 드리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