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라, 행복해지는 나라 부탄

행복한 나라, 행복해지는 나라 부탄 10 - 푸나카 종

노정 2015. 7. 6. 22:58

푸나카 종(Punakah Dzong, 행복이 가득한 성.)

 

아버지 강인 포추와 어머니 강인 모추가 합쳐진 곳에 푸나카 종이 있었다. 뚝바쿤리 스님의 치미라캉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두 강이 만난다는 것, 그리고 그곳에 부탄 제2의 종인 푸나카 종이 있다는 것이 우연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빠니의 말에 공감이 갔다. 사람의 기운이 땅의 기운과 통한다는 것, 어쩌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는 믿지 않았던 ‘풍수’니 ‘지세’니 하는 것들이 여행을 할수록 수긍이 간다. 결국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니 말이다. 어머니와 아버지, 두 강이 만나 논을 적신다는 것, 그리고 통일 부탄을 건설한 샤브드롱이 그 중심에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를 지었다는 것, 절묘하지 않은가?

그렇게 큰 뜻을 지닌 푸나카 종은 천연 해자의 특별한 호위를 받으며 우뚝 서 있었다. 화재와 지진, 산사태로 몇 번이나 초토화되었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의연하게, 굳건히 서 있었다. 아이들을 지켜내야 하기에 가장 강할 수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처럼.

 

광장을 지나 길고 어두운 통로가 있다. 이 어두운 통로를 지나면 또 다시 광장이 나온다. 거기에는 깨달음의 나무라는 보리수가 있다. 마치 길고 긴 터널을 견뎌내야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가르침 같았다. 그리고 더 들어가면 또 하나의 광장이 있다. 아주 비밀스럽거나 아주 소중한 무언가처럼 겹겹이 싸여 보호되고 있는 그 마지막 끝에는 샤브드롱의 등신불이 있는데 일반인의 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옆에는 역대 왕들의 대관식 또는 결혼식이 열렸다는 화려한 사원이 있다. 벽화에는 부처님의 일생이 새겨져 있다. 부처님의 일생에 대한 락바의 설명을 들으며 한 바퀴를 돌고, 나중에 들어오신 대연스님의 보충설명까지 들으니 왠지 독실한 신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불자는 아니지만, 멀리서 부처님 나라에 찾아와 부처님에 더 가까이 다가가니 ‘기쁘지 아니한가!’ 게다가 샤브드롱의 등신불은 허용하지 않는 일대일 면담을 부처님은 허용하시니 그 또한 감사하다. 물론 샤브드롱을 비난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만큼 부탄 사람들에게 특별한 존재라는 의미이니.

약속 시간이 다 되어 바쁜 걸음으로 나오다 보니 광장을 둘러싼 내부 벽에 불교적 내용과 상관이 없어 보이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물어보니 부탄 불교의 동화에 나오는 동물들이라고 한다. 신의 영역과 사람의 영역이 서로 넘나드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사람이 대접받는 곳이다. 이러니 행복할 수밖에.

지친 몸을 이끌고 두 번째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가장자리 창문 밖으로 무지개가 살짝 떴다. 부탄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는, 이곳 하늘의 선물일까? 그 선물을 혼자만 받기 아까워 달려나가 큰 소리로 사람들에게 알렸다. 나온 사람은 거의 없지만...^^

 

오늘 하루도 아주 길~고 얘깃거리로 가득했다.

다른 쪽 창을 열어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모든 중생을 친근하게 받아주시는 부처님께 사랑을!

그리고 행복할 수밖에 없는 부탄 사람들에게 우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