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수업 준비

<새 학기 수업 준비 5> 사소한 수업 도구가 수업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노정 2017. 2. 25. 16:23

지금부터 제가 수업 시간에 늘 들고 가는 두 개의 바구니를 보여드릴게요.


먼저 두 개의 가방입니다. 왼쪽 것이 아이들 활동을 위한 것, 오른쪽 것이 수업 시간 제가 자주 쓰는 물건들을 담은 작은 가방입니다. 왼쪽 것은 무거워서 매일 반장과 부반장이 와서 가지고 갑니다.




<작은 가방-오른쪽-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


1. 제일 왼쪽에 있는 건 자석이 부착된 타이머입니다. 저는 기능 복잡한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기능이 아주 간단하고 소리도 커서 수업 시간에 아이들 활동 시간이나 발표 시간을 재는 데 아주 유용합니다.

2. 그 아래에 있는 건 2008년에 저희 반 아이들이 만들어 준 분필통입니다. 제 보물 중 하나입니다^^

3. 중간에 있는 것이 HDMI 연결 잭입니다. 핸드폰과 대형 화면을 이어 주는 미러링 기능을 합니다. 그런데 작년에 프로젝션 TV가 새로 설치되면서 이제 이것 없이도 그대로 핸드폰 연결이 되거든요. 핸드폰이 수업에서 정말로 큰 기능을 합니다. 아이들 공책을 그대로 비추어 줄 수도 있고, 아이들이 토의 결과물을 만들었을 때 한 명은 앉아서 자신들의 모둠이 만든 토의 결과지를 비추고 한 명은 앞에 나가서 지휘봉으로 화면을 가리키면서 설명을 할 수 있거든요. TV에 아이들이 나오기도 하고, 아이들이 하는 수업 내용이 생중계되기도 하고... 유치해 보이지만 아이들은 이런 것들을 아주 재미있어하고 잘 활용합니다^^

4. 맨 오른쪽에 있는 것들은 모래시계와 종입니다. 모래시계는 5분만에 모래가 다 내려가는 것인데요, 제 수업은 항상 와글와글해서 아이들이 모래시계에 썩 잘 집중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거의 타이머를 사용해요. 종(핸드벨)은 참 유용합니다. 타이머 소리만으로는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경우가 있거든요. 토의가 과열되었을 때. 그런데 이상하게도 종소리엔 잘 집중합니다. 차임벨을 썼었는데 너무 고장이 자주 나서 종으로 바꾸었어요. 둘 중 하나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5. 왼쪽에 있는 것은 주사위, 딱풀입니다. 핑크색의 조그만 주사위는 아이들이 만든 걸 얻은 거예요. 이 주사위 하나가 수업을 굉장히 재미있게 만들어 준답니다. 모둠별 발표 순서는 항상 돌아가면서 하도록 정해져 있지만 그것 외에도 모둠끼리 무슨 승부를 내거나 선택을 하거나 해야 하는 다양한 순간들이 있거든요. 제가 자주 하는 방법은 주사위 던지기와 가위바위보(저와 아이들 간의)입니다. 주사위를 던질 때도 무조건 숫자가 많은 팀이 이기게 하는 것보다는 숫자를 모두 칠판에 기록한 뒤 제일 많은 모둠 대표와 제일 적은 모둠 대표가 가위바위보를 하도록 합니다. 숫자 적은 모둠 대표가 이기만 1이 1등, 6이 6등이지요. 이건 큰 숫자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데도 한 몫을 한답니다. 물론 아이들의 게임 본능을 부추기는 사악한 의도가 더 큽니다^^

6. 가운데에 있는 것은 손가락 포인터. 판서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매일 칠판에 날짜, 요일, 대단원, 중단원, 소단원, 학습목표, 이번 시간의 활동 등은 꼭 쓰거든요.(그리고 이 칠판을 찍어서 학급별 국어대화방에 올려 줍니다) 이렇게 판서를 할 때 포인터를 써서 강조할 것을 강조합니다. 시각적 효과가 생각보다 커요^^

7. 그냥 스펀지 공입니다. 귀엽죠? 수업 들어가면 자고 있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럴 때 큰 소리로 아이 이름을 부르면서 던져 줍니다. 물론 얼굴이나 머리를 맞히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죠? 아이가 공을 잡고 제게 다시 던져주는 과정에서 수업에 집중을 합니다. 공 하나에 마음이 실릴 수 있다는 것을 저도 이 공을 사용하면서 느꼈어요.


<이번엔 왼쪽의 큰 가방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입니다.>

큰 가방을 위에서 내려다 본 사진입니다. 아랫쪽에 노랑색, 핑크색 이런 것들이 보이죠? 그게 모둠별 화이트보드입니다.

중간에 있는 것들이 아주 중요한데요, 위의 6번에서 포인터 설명할 때 제가 칠판에 꼭 적는 것들을 설명했죠? 그냥 적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자석판을 붙이면 칠판도 깔끔해지고 강조 효과도 있어요^^

오른쪽 것은 네임펜입니다.


크레파스, 매직펜.... 수업 시간에 종이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 도구입니다. 오른쪽에 있는 것은 보드마카와 지우개. 화이트보드용입니다. 철저하게 구분하도록 하지 않으면 화이트보드에 유성매직으로 글씨를 쓰는 학생이 있으므로 모둠별로 가지고 갈 때 잘 지켜보셔야 합니다. 저의 경우는 화이트보드를 줄 때는 유성매직 통을 피신시킵니다^^



왼쪽의 것은 버저. 다섯 모둠 중 한 모둠이 나와 퀴즈를 낼 때 요긴하게 쓰입니다. 각각 다른 동물 소리가 납니다. 아이들이 흥분했을 경우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간의 것들은 자석. 이렇게 이름을 붙여 놓지 않으면 하루도 못 가서 자석들이 모두 사라집니다. 오른쪽은 가위. 아이들이 가위질하는 걸 상당히 좋아합니다. 칼도 모둠별로 다 쓸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았는데 찍지 않았네요. 손 운동을 하면서 작품에 대해 수다를 떠는 걸 아이들은 아주 좋아합니다. 한 명도 자지 않습니다. 그리고 수업에 집중을 하지 않던 아이들도 이 수다의 과정을 통해 수업 속으로, 작품 속으로 들어옵니다. 항상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오는 것은 사소한 것들입니다.



왼쪽 것은 OX 퀴즈용 카드. 저는 이걸 모둠별 강연에도 가끔 씁니다. 모둠별 강연에서 발표 모둠의 발표가 이해가 아주 잘 되었을 때 O를 듭니다.

중간 것은 교사 감정 신호등입니다. 아이들이 수업 태도가 좋을 때는 초록불, 좀 나빠졌을 경우는 노란불, 아주 나빠졌을 경우는 빨간불을 칠판에 붙입니다. 항상 시작은 초록불이죠.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을 잘 못하거나 떠들거나 할 때 교사들은 몇 명까지는 참고 있다가 갑자기 어떤 아이의 차례에 분노를 폭발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사 감정 신호등의 색깔을 교체하면서 아이들도 교사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고, 교사 스스로도 자신이 왜 화가 나려고 하는지, 지금 자신의 감정 상태가 어떤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맨 오른쪽 것은 판서에 이용하는 인형들입니다. 판서량이 좀 많거나 오늘 뭔가를 특별히 강조하고 싶을 때 이 아이들을 등장시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은, 제 수업의 1등공신!! 화이트보드입니다. 40*30 사이즈인데요, 화이트보드엔 칠판 부착용도 있고 그냥 쓸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이건 자석이 붙지 않은, 가볍고 값도 저렴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난폭하게 다루었을 때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잦긴 하지만 가볍고 아이들의 부상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화이트보드 하나로 백 가지가 넘는 게임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마법의 도구이죠. 장르불문, 아이들의 나이 불문, 숫자 불문입니다^^ 자세한 것은 직접 저한테 물어보세요^^ 어떤 장르에서 어떻게 쓰는지... 일단 작년에 문법수업에서 쓰는 걸 블로그에 일부 올렸고요, 올해도 계속 올릴 생각입니다.

이것 말고도 컬러 고무자석보드라는 것이 있는데요, 제가 가진 것은 화이트보드의 두 배 크기입니다. 돌돌 말 수도 있고 칠판에 부착할 수도 있는 것인데 작년에 저희 학교 칠판이 새 것으로 교체되면서, 다 좋아졌는데 고무자석보드가 붙지 않네요. 그래서 작년 하반기부터는 좀 덜 이용했습니다. 고무자석보드는 화이트보다 써야 할 양이 많을 때 주로 이용합니다. 특히 비문학수업에서 단락별로 내용을 쓰고 구조도를 그려 모든 모둠이 칠판에 붙이고 서로 비교해 보는 데 아주 유용했어요. 학교에 가면 이것도 찍어서 올릴게요. 우리 블로그 '비문학 수업' 게시판에 가면 지금도 보실 수 있습니다.


아, 또 있는데 안 찍었네요. 스케치북, 도화지, 색지 등도 수업 필수 도구입니다. 큰 박스에 들어 있어요. 그리고 빠진 게 하나 있는데, 큰 박스 좌측 상단에 꽂혀 있는 연두색 마이크입니다. 약간 에코 기능이 있어요. 반마다 발표에 대한 부담감이 많은 아이가 있죠?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마이크에 참 강합니다. 이 에코 마이크를 사용하면 자기 목소리가 약간 커지면서 에코 효과까지 조금 생기거든요. 아무것도 없이 발표할 때보다 훨씬 발표를 잘합니다. 마법의 도구죠? 하도 사랑받아서 부서졌어요. 올해 새로 사야겠습니다.

저보다 도시에 사시는 선생님들은 훨씬 많은 것들을 가지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여긴 시골이라 인터넷으로 이런 것들을 구매해야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질문하시면 주로 어디서 사는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 사이트에서 이 글을 보면 혹시 제게 판촉상을 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아무튼...도구는 도구일 뿐, 도구가 전체가 되거나 도구가 목적이 될 수는 없지만

도구가 요즘 아이들과 나이 든 저 사이의 세대차이를 좁혀주기도 하고 소극적인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만들기도 하니 수업도구는 정말 저를 조금 더 재미있는 선생님으로 만들어 주는 훌륭한 친구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