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섬, 스리랑카 이야기

13. 갈레, 천천히... (1. 18. 화)

노정 2016. 2. 9. 12:41

밀레니엄 레스트에서의 아침.

몸이 일으켜지지 않았다. 감기가 심해진 것이다. 역시 몸도 아플 만한 상황이 되니 아픈가 보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몸을 일으켜 바닷가 산책을 했다.

아침 바다. 새들, 산책하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 평화로운 일상이다. 외적의 침입, 전쟁, 패배... 이런 흔적들은 성벽 일부에만 낡은 사진처럼 남아 있다.

우리도 그냥 바다와 바람과 햇볕에 몸을 맡겼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감기약을 먹고 한 숨 잤다. 그리고 몇 주 전 예약한 올드더치하우스로 자리를 옮겼다. army camp 바로 옆, 어젯밤 우리가 호퍼를 사서 맛있게 먹었던 그 가게에서 모퉁이를 돌자마자 있다. 이름처럼 네덜란드의 어느 골목, 어느 숙소 같다.

 

늦은 두 번째 기상 후의 두 번째 외출. 테이블과 의자를 마당으로 내놓은, 햇볕 드는 훌라훌라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역시 우린 싼 음식 체질이야! 꼬뚜와 fried rice는 어젯밤에 먹었던 유명한 음식점의 만찬보다 훨씬 맛있었다.

햇볕 덕분인지 맛있게 많이 먹은 덕분인지 몸이 조금씩 회복되었다.

우리는 ...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걸었고, 앉아 있었고, 쓰레기 가득한 바닷물에 조심조심 들어갔고, 기념품 가게를 기웃거렸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2층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홍차를 한 주전자씩 마셨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줄 작고 아기자기한 선물을 샀고, 머리만 한 카메라로 셀카를 찍으며 낄낄댔고, 갈레에서의 마지막 바람과 발길에 온몸을 맡겼다.

그리고 붉게 타들어가는 인도양과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