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2017년 3월 2일 오후 08:26

노정 2017. 3. 2. 20:41

한 때 카페에 교단일기를 정말 열심히 썼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바쁘다고 안 올리기 시작하니 어느 순간 교단일기를 쓰는 일이 참 버거워졌다.
올해는 ...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이 일을 시작해 볼까 한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잘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짧은 기록이라도 남겨 볼까 한다.
하루 이틀 빠지더라도 그냥 부담 없이, 쓰고 싶을 때 기록을 남겨야지.
매일 써야겠다, 어떻게 써야겠다 생각하는 순간 짐이 되어 버리고 부담이 되어 버린다.
올해는 그런 부담은 되도록 만들지 말아야지.
그냥 아이들과 만나고 수업하는 소중한 시간들을 살짝 살짝 찍어서 저장해 두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늘은 오전엔 부장회의, 전체회의, 엄청나게 길었던 입학식, .. 등이 있었다.
그리고 7교시에 첫 수업을 햇다. 2학년 1반.
하~~
아이들이 작년 아이들과 많이 다르다.
얌전하거나, 반응이 없거나, 힘이 없거나... 아니면 심하게 눈치를 보는 중이거나...^^
오늘은 1년 수업 중 거의 유일하게 내가 50분 동안 강의하는 오리엔테이션 시간.
어제 국어교사 공유나라 카톡방에서 힌트를 얻어 이번엔 나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다섯 장의 사진으로 나를 먼저 설명했다. 이 때만 아이들이 큰 소리로 웃었다 ㅋㅋㅋ
그 다음, 각종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는 아이들은 대답도 잘 안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자지도 않고 딴 데를 보지도 않았다.
ㅋㅋ 다른 샘들한테 오리엔테이션에 대해 실컷 설명해 놓고, 그렇게 했는데 내 첫 오리엔테이션은 그리 감동적이진 못했다.
뭐, 괜찮다. 어차피 다음 시간부터는 너희들이 움직일 거니까, 처음의 성향이 좀 과묵해도 괜찮다.

다음 시간엔 아이들이 3-5장의 사진으로 1분 동안 자신을 소개할 차례다.
음.. 이녀석들은 어떤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낼까? 기대된다.

아, 다른 것도 있다. 카페에 가입하고 카톡방을 만들라고 했는데 그걸 바로 실천했다. 이건 작년엔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왜 이렇게 바로 말을 듣지?

아이들은 하나 하나 다르다.
학년 간의 분위기도 다르다.
그래서 재미있다.
^_____^

입학식 직후에, 그리고 수업 마친 직후에, 여기저기서 만난 작년 아이들이 너무나 반갑다.
안겨서 우는 녀석들도 있고, 왜 안 따라 올라왔느냐고 원망하는 녀석도 있고... 췟, 잘생긴 남자 선생님 오셨다고 춤 출 땐 언제고 ㅋㅋ
마지막 보충수업 마치고 헤어졌을 땐 덤덤했는데 오늘은 한 놈 한 놈이 애틋하다.
이게 1년의 정이란 것인가 보다.
자, 잘 날려보냈으니 이제 또 다른 아이들과 1년을 시작해야지.
"날려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
도종환 선생님의 시를 읽으면서 대성통곡을 했을 때도 있었는데
담담하게 이 시를 떠올리는 걸 보면 나는 늙었거나 무디어졌거나 깊어졌거나 여유있어졌거나...
그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