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수업 준비

<1년 수업 준비하기 6> 잠깐 생각해 보아요^^

노정 2020. 2. 25. 22:44

우린 왜 수업을 할까요?

우린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수업을 할까요?


뭐, 별것 아닌 물음인 것 같지만, 가장 기본적인 이 질문하기를 우린 가끔 잊어버립니다. 산소처럼, 가족처럼, 너무 당연한 것들은 가끔 잊어버리게 되잖아요.

저는 작년에 중학교에 처음 왔는데, 고등학교에 있을 때는 저 정말 '실력있는 교사', '저 선생님 시간에 제대로 하면 1등급 완전 보장' 샘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썩 높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실력 있는 교사'인 건 맞은데, '좋은 선생님'일까?

"예"라고 말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좋은 교사인지 스스로 묻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생각지도 못한 남중 2학년을 처음 만나면서, 저는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일 겁나는 것이 "아이들이 내 수업을 아무도 안 들으면 어쩌지? 전부다 자 버리면 어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열다섯 살 먹은 남자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할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게임, 축구, 힙합, 너튜브...

그리고, 그걸 수업으로 끌어오기로 했습니다.

시는 힙합으로, 소설은 드라마로 접근했습니다. 별것아닌 모둠별 과제 풀이에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의 요소를 집어넣었습니다. 재미없는 제재는 즉흥연극으로 바꾸었습니다.

처음 발령받은 초보 교사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배웠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리고 선배 중학교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이 수업을 즐거워하고 수업에 몰입하자 제 자존감도 덩달아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그렇게 크고 작은 말썽을 부리는데도 행복했습니다.

그렇죠? 수업이 잘 되면 일단 만사형통입니다.


생각해 보니 제가 달라진 것이었습니다. '수능에 나오는 것을 저 아이들 머릿속에 멋지게 집어넣어야겠다'는 생각 대신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할까? 아이들은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을 한 것이 달라짐의 시작이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아이들에게 참 많이 배웠습니다. 올해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초심 잃지 않으려 노력하면서요.


그게 제일 중요하죠?

우리는 왜 수업을 하는가?

우리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수업을 하는가?

이 중심을 놓지 않으면 될 것 같습니다. 그 다음의 문제들은, 아이들과 상의해서 하나하나 풀어 나가 보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