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극을 활용한 국어수업

교육연극을 매개로 한 수업 이야기2 : 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2차시

노정 2016. 4. 27. 22:46

 

 

드디어 2차시!

바로 교육연극을 이용한 시 수업입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국어일기를 읽으면서 수업이 시작됩니다.

국어일기에는 전 시간의 분위기, 전 시간에 수업을 한 내용, 다른 모둠의 발표, 글쓴이의 감상, ... 여러 가지가 다 나와 있습니다. 국어일기 읽기를 통해 전시학습을 되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이번 수업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 집중도는 최고입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최고의 강사입니다.

 

국어일기 읽기가 끝나면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칠판을 보실까요?

 

<4월 26일 3반 칠판>

 

<4월 27일 2반 칠판... 살짝 흔들렸네요 ㅜㅜ>

 

"문학의 다양한 주제의식이 인접 분야의 주제의식과 보편성을 지니고 있음을 설명할 수 있다."라는 성취기준이 이렇게 쉽게 바뀌어 칠판에 적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번 시간에 연극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연극을 만드는 시간은 단 5분만 주겠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물론 처음에 아이들은 경악을 합니다. "선생님, 5분만에 어떻게 연극을 만들어요?"

선생님들 생각도 같으신가요?

 

아이들에게 연극을 만들게 하는 이유는 이 시에서 작가가 무엇을 나타내고자 했는가, 그림이 어떻게 시로 바뀌었는가를 아이들이 직접 살피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다른 수업에서는 상황 설정을 따로 설명하지 않지만 이번 수업에서는 상황 설정을 해 주었습니다.

 

"조금 쉽도록 선생님이 설명해 줄게요. 지난 시간에 그린 그림을 뒷벽에 붙이라고 했죠? 음, 납작납작 잘 붙어 있네요. 자, 교실 뒷쪽이 무대입니다. 짐작하겠지만 무대 위에는 두 사람이 필수로 서야 합니다. 한 명은 시인, 한 명은 박수근 화백. 시인과 화가의 만남이죠. 이 필수 사항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여러분 자유입니다. 연극 공연 시간은 2-3분입니다."

 

이 때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교육연극 수업에서 아이들은  대본을 미리 짜지 않습니다. 상황에 대해서 서로 충분한 이야기를 하고, 배역을 정한 후에 바로 무대로 올라가는 거죠. 그리고 무대에 선 아이들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맡깁니다. 이게 과연 잘 될까요?

자주 교육연극 수업을 하는 저도 놀랄 만큼 아이들은 즉흥 공연을 아주 멋지게 해냈습니다.

아이들 공연을 방해하지 않도록 멀찌감치 떨어져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었더니 소리가 크지 않네요. 동영상을 보시겠습니다.

 

 

 

 

공연이 끝난 다음에는 작품에 대한 토의를 3분간 합니다.

1. 우리 모둠 공연의 좋았던 점 2. 우리 모둠 공연에서 아쉬웠던 점 3. 다른 모둠 공연에서 배우고 싶은 것 4. 전체 순위(우리 모둠 포함)

 

그리고 결과를 발표합니다.

희한하게도 아이들 눈과 제 눈은 거의 비슷합니다. 제가 해야 할 말이 아이들 입에서 거의 다 나옵니다.

위의 동영상은 어제 3반 수업을 한 것이고요

오늘은 2반 수업을 했는데 아주 창의적인 구성을 한 모둠도 있었습니다. 박수근의 그림 자체를 연극적으로 형상화한 기특한 아이들입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교사가 생각지 못한 것까지 표현해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이렇게 생각합니다.

수업은 학습자의 에너지로 진행된다. 교사는 이것을 끌어내는 사람이다.

 

멍석을 깔아주면 아이들은 참 잘 놉니다.

오늘, 그리고 어제, 아이들은 수업이 아주 즐거웠다고 말합니다. 구경 오신 2반 선생님도 아주 감동하셨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그리고 아이들은, 시를 연극으로 만들며 놀다 보니 시를 이해하게 됐다고 합니다.

3반 아이들은 어제 그림을 너무 알록달록하게 그린 것에 대해 "너무 생각없이 그리기에만 열중했다"며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연극으로 만들다 보니 그렇게 알록달록, 행복한 색깔로 그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저는 요즘 수업 마지막 정리 단계에서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할 말은 아이들이 다 합니다. 가르치지 않은 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